후루룩 뚝딱 읽는 추리소설 <홍학의 자리>
여러 번 추천 받은 책이지만 쉽게 손이 잘 안갔던 책입니다. 추천 받을 때도 대부분,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다 읽는다, 재밌다, 는 말이 많았습니다. 왜 손이 안갔냐 하면... 책의 디자인과 광고문구 때문이었습니다... 예측 불가! 한국 미스터리 사상 전무후무한 반전! 아... 이게 무슨 2000년대 식스센스 광고 문구도 아니고... 그런데 또 디자인은 제목과 전혀 연관이 없는... 의자에 핏자국이라니... 물론 책의 표지 디자인은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이해가 가긴 합니다. 아직도 저 광고 문구는 왜 저런식인지 모르겠구요. 뭐 전무한 반전이라기엔 이미 뮤직비디오로 잘 알려진 결말이기도 해요. 읽은 사람만 알 수 있는 스포입니다. 후무한 반전은 절대 아닐것 같구요.
저는 책 표지나 책 홍보 글귀도 꽤 유심히 보는 사람이라서, 당최 책에 손이 가질 않더라구요. e-book 서재에 고이 담겨있던 이걸 보게된 건 우연이었습니다. 그리고 추천 해준 말 그대로였습니다. 작가님께서 이런 말을 들으면 서운해 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... 정말 앉은 자리에서 후루룩 뚝딱! 읽을 수 있는 갓 끓인 라면 같은 아주 맛있는 소설이었습니다. 그리 뾰족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뭉툭한 날을 세우고 있는 저의 추리력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결국 앗! 이런 결말이라니!를 외치게 되더라고요.
전에 <더 게임> 이라는 소설에 관해 글을 쓰면서 '소설의 주인공은 누구인가?'를 살펴봤습니다. 그리고 함정에 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. 우리는 주인공이 모든 사건마다 끼어들어 있어야하고, 우리와 주인공의 관계가 아주 가깝다는 착각을 가지고 소설을 대합니다. 이 소설은 <더 게임>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'주인공'을 생각하게 만듭니다. 또 함정이 있단 말입니다. 분명 여기에 주인공은 존재합니다. 우리와 주인공의 관계가 아주 가까운가? 싶도록 주인공의 내밀한 속사정까지 소설은 이야기해줍니다. 그래서 우리는 함정에 빠지고 맙니다. 아! 내가 이 사건의 표면적인 건 모두 알고있구나! 라는 걸요.
아주 촘촘하게 이야기를 쌓아나가는... 뜨개질로 만든 직물 같은 소설이라서, 어느 한 부분을 꺼내 조금 자세하게 이야기하는 것 만으로도 꽤나 큰 스포가 될 것 같습니다. 원래라면 소설의 문구를 꼭 인용해서 글 속에 넣는데... 이번 소설은 힘들 것 같습니다. 직접 읽어보시지요!
아무래도 결말이 주는 임팩트가 있다 보니 이걸 반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, 저는 이 결말이 반전이라기보다는... 터닝포인트 같습니다. 왜냐면 결말에 다다르고 나서야 독자들은 지난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제대로 복기해보게 되거든요. 아! 이래서 그랬구나! 라는 복기보다는,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장면의 색채? 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복기해보게 됩니다. 저는 결말에서 모든 사건의 전말을 너무 친절히 설명해줘서 김이 빠질 정도였습니다. 적당한 만큼만 사건의 전말을 설명해줬으면, 결말부터 다시 되짚어가는 이야기가 좀 더 신선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은 있습니다.
전 터닝포인트를 지나 이 소설을 다시 복기해보니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지만 결국은 로맨스 소설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. 누군가 죽어나가니 꽤 살벌하긴 하지만요... 원래 로맨스 소설이라고 큰 틀을 잡으면 그 안에 피가 튀기는 치정극 뭐 이런것도 있으니까... 추리 소설이라는 카테고리에 꼭 넣지 않아도 될 것 같네요.
하지만 정말로, 몰입력이 뛰어난 소설입니다. 앉은 자리에서 금방 읽을 수 있어요. 가독성이 좋으니 읽는 속도도 빠릅니다. 무더운 여름에는 뭐 다른 것 보다 약간, 머리를 느슨하게 풀 수 있는 추리 소설이 딱이라고 생각해요. 날도 습하고 더운데, 추리 소설 많이 읽으며 피서합시다요~ 다들 한 번씩 읽어 보시기를 바랍니다!